ETS토익 교재를 끝까지 쓰는 공부 방법

얼마 전 토익 공부를 다시 시작한 분이 ETS토익 교재 세 권을 책상에 펼쳐 보여줬습니다. 모두 유명한 책인데, 표시된 페이지는 앞부분에 몰려 있더군요. 교재가 부족해서 멈춘 게 아니었습니다. 한 권을 어떻게 반복할지 정하지 않은 채 새 문제를 계속 찾다가 지친 경우였죠.
ETS토익 교재를 고를 때도, 이미 산 책을 다시 펼칠 때도 기준은 같습니다. 지금 점수에서 무엇이 막히는지 확인하고, 그 부분을 고칠 만큼만 문제를 푸는 겁니다. 많이 푼 날보다 틀린 이유를 다음 공부에 반영한 날이 점수에 더 가까워집니다.
교재를 사기 전에 현재 실력을 한 번 재세요
처음부터 목표 점수만 보고 책을 고르면 난도가 어긋나기 쉽습니다. 최근 시험 성적이 없다면 ETS토익 실전 문제 한 회분을 시간에 맞춰 풀어보세요. 채점한 뒤에는 총점보다 LC와 RC 중 어디에서 시간이 부족했는지, 어떤 유형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됐는지를 먼저 봅니다. 한 회 점수가 실력을 완벽하게 말해주지는 않지만, 출발점을 잡기에는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LC는 끝까지 들었는데 RC 마지막 지문을 손도 못 댔다면, 새 듣기 교재부터 사는 선택은 급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RC는 시간 안에 끝났는데 듣기에서 앞 문장을 놓치면 뒤 문제까지 연달아 흔들린다면, 음원을 활용한 반복이 우선입니다. 틀린 문제 수가 같아도 처방은 달라야 합니다.
책도 한 번에 여러 권을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현재 수준에 맞는 ETS토익 문제집 한 권을 중심에 두고, 문법이나 어휘의 빈틈이 분명할 때만 보조 교재를 더합니다. 실전 문제를 풀 때마다 기본 문장 구조가 막힌다면 문제집을 추가할 시점이 아니라 그 구조를 다시 익힐 시점입니다.
문제 풀이와 복습 시간을 따로 잡으세요
직장인 수험생에게 하루 두세 시간씩 확보하라는 조언은 쉽게 무너집니다. 주 5일, 하루 60분이 가능하다면 문제 풀이 25분, 채점과 이유 확인 25분, 전날 틀린 문제 재확인 10분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한 회분을 시간에 맞춰 풀고 평일에는 그 회차를 나눠 복습하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많이들 채점 뒤 해설을 읽고 이해됐다는 느낌에서 멈춥니다. 그런데 해설을 보면 답이 당연해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복습할 때는 해설을 덮고 ‘내가 고른 답의 근거’와 ‘정답의 근거’를 각각 한 줄로 적어보세요.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같은 함정에 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 모르는 단어 때문에 틀렸다면 문제에 나온 뜻과 함께 짧은 예문을 남깁니다.
- 문장 구조를 잘못 읽었다면 주어와 동사부터 다시 표시합니다.
- 시간이 부족했다면 어느 문제에서 오래 멈췄는지 기록합니다.
- 듣기에서 놓쳤다면 음원을 다시 듣고, 들리지 않은 구간만 대본과 비교합니다.
오답 기록은 길수록 좋은 게 아닙니다. 다음에 같은 유형을 만났을 때 무엇을 바꿀지 한 줄로 보이면 됩니다. 노트를 예쁘게 꾸미느라 문제를 다시 풀 시간이 사라지면 목적이 뒤바뀐 셈이니까요.
LC는 음원을, RC는 시간을 활용해 반복하세요
LC에서 틀린 문제는 무작정 열 번 듣기보다 순서를 정해 다시 듣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먼저 대본 없이 한 번 더 듣고, 놓친 지점을 표시합니다. 그다음 대본으로 발음과 문장 뜻을 확인한 뒤 다시 듣습니다. 마지막에는 정답 근거가 들리는 순간을 스스로 짚어봅니다. 단어를 몰라서 못 들은 건지, 아는 단어인데 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건지도 구분해야 합니다.
RC는 맞힌 문제에도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한 문제를 맞혔더라도 지나치게 오래 고민했다면 실제 시험에서는 뒤쪽 지문을 읽을 기회를 잃을 수 있죠. 연습할 때는 지문이나 문제 묶음별로 시작 시간과 끝 시간을 가볍게 적어두세요. 어느 구간에서 시간이 새는지 보이면 읽는 속도만 탓하지 않고 풀이 순서와 멈추는 기준을 손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모르는 단어 하나에 40초씩 매달리는 습관이 있다면, 문맥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먼저 보고 넘어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문장을 급히 훑느라 부정어를 놓친다면 속도를 더 올릴 이유가 없습니다. ETS토익 문제를 반복하는 목적은 정답을 외우는 데 있지 않고, 내 판단이 흔들리는 지점을 찾는 데 있습니다.
점검일을 정해 공부량을 조절하세요
매일 공부했는지만 확인하면 방향이 틀어져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2주에 한 번은 같은 조건으로 실전 연습을 하고, 점수와 함께 세 가지를 적어두세요. 끝내지 못한 문제 수, 반복해서 틀린 유형, 복습에 실제로 쓴 시간입니다. 점수가 하루 사이에 오르내려도 이 기록은 공부 방식이 바뀌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2주 동안 점수는 비슷해도 RC에서 못 푼 문제가 12개에서 5개로 줄었다면 계속 밀어볼 근거가 있습니다. 반대로 문제집 진도는 빠른데 같은 문법 유형을 네 번 연속 틀렸다면, 다음 주에는 새 회차를 줄이고 그 유형의 해설과 예문에 시간을 써야 합니다. 계획은 지키기 위해 세우지만, 기록을 보고 고칠 수 있어야 오래 갑니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새 교재가 불안을 잠깐 덜어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미 푼 ETS토익 문제에서 왜 틀렸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손에 있는 한 권을 다시 여는 쪽이 더 실질적입니다. 꾸준한 공부는 매일 많은 양을 해내는 모습보다, 바쁜 날에도 다음에 할 일이 분명한 상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