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KJMO 준비 방법, 문제풀이보다 먼저 잡아야 할 공부 시스템

얼마 전 중학생 학부모님과 상담을 했는데, 아이가 KJMO를 준비하면서 하루에 문제집을 20문제씩 풀고도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양은 많았지만 오답을 다시 만나는 구조가 없었고, 어려운 문제를 붙잡는 시간도 들쭉날쭉했습니다. 사실 KJMO 같은 수학 경시 준비는 머리가 좋은 학생만 살아남는 시험이라기보다, 낯선 문제를 오래 견디는 훈련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했는지가 꽤 크게 작용합니다.
KJMO는 단순 계산 속도보다 개념 연결, 발상, 논리 전개가 중요한 시험으로 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학교 시험처럼 단원별 유형을 외우는 방식만으로는 어느 순간 막힙니다. 특히 초반 2~3개월은 점수가 바로 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라고 판단하면 너무 이릅니다.
KJMO 준비를 시작할 때 먼저 확인할 것
가장 먼저 할 일은 시험 일정과 응시 조건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연도별 접수 기간, 시험일, 학년 기준은 바뀔 수 있으니 대한수학회나 KMO 관련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보는 게 안전합니다. 블로그 글이나 카페 후기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는 좋지만, 일정과 규정은 반드시 공식 공지를 우선해야 합니다.
그다음은 현재 실력을 냉정하게 나누는 일입니다. 저는 학생들을 보통 세 그룹으로 봅니다. 첫째, 교과 심화 문제를 풀면 60% 이상 맞히지만 설명은 약한 학생. 둘째, 개념은 아는데 경시형 문제를 만나면 손을 못 대는 학생. 셋째, 이미 올림피아드 입문서를 풀고 있지만 오답 패턴이 반복되는 학생입니다. 같은 KJMO 준비생이라도 출발점이 다르면 교재와 공부 시간이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 교과 심화가 불안하면 경시 교재보다 심화 개념서부터 잡는 편이 낫습니다.
- 경시형 문제 접근이 약하면 풀이량보다 발상 노트를 먼저 만들어야 합니다.
- 상위권인데 실수가 많다면 시간 제한 훈련과 검산 루틴이 필요합니다.
교재는 많이 사는 것보다 순서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KJMO 준비를 시작하면 문제집을 여러 권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권을 세 번 보는 학생이 3권을 한 번씩 보는 학생보다 안정적으로 올라갑니다. 특히 초반에는 ‘쉬운 경시 입문서 1권, 중간 난도 문제집 1권, 기출 또는 모의 문제 1권’ 정도면 충분합니다.
순서는 이렇게 잡는 게 좋습니다. 먼저 정수, 조합, 기하, 대수처럼 자주 나오는 영역의 기본 발상을 익힙니다. 그다음 단원별 문제를 풀고, 마지막에 섞인 문제로 넘어갑니다. 처음부터 실전 모의고사만 풀면 틀린 이유가 단원 부족인지, 발상 부족인지, 시간 관리 실패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조합 문제에서 자꾸 막히는 학생은 “경우의 수가 약하다”라고만 말하면 안 됩니다. 중복을 제거하지 못하는지, 여사건을 떠올리지 못하는지, 작은 수로 실험하는 습관이 없는지 나눠 봐야 합니다. 이렇게 원인을 쪼개야 다음 공부가 생깁니다.
하루 공부량은 문제 수보다 시간 블록으로 잡습니다
KJMO 준비에서 흔한 실패 패턴은 “오늘 30문제 풀기”처럼 문제 수만 목표로 잡는 것입니다. 쉬운 문제 30개를 빠르게 풀고 공부했다고 느끼면, 실제 실력은 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는 보통 평일에는 60~90분, 주말에는 2~3시간 정도를 권합니다. 다만 이 시간 안에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 첫 15분: 지난 오답 2~3개 다시 풀기
- 다음 40분: 새 문제 3~5개 깊게 풀기
- 다음 20분: 해설 비교와 발상 기록
- 마지막 10분: 다음에 다시 볼 문제 표시
어려운 문제는 5분 보고 바로 해설로 넘어가면 남는 게 적습니다. 반대로 1문제를 2시간 붙잡고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는 것도 비효율적입니다. 보통 입문 단계에서는 한 문제당 15~20분까지 고민하고, 그 뒤에는 해설을 보되 풀이를 베끼지 말고 ‘내가 못 떠올린 첫 단계’를 적는 방식이 좋습니다.
오답노트는 예쁘게 쓰지 말고 다시 풀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오답노트를 공책처럼 정성스럽게 꾸미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보기에는 좋은데, 다시 풀지 않으면 성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KJMO 오답노트는 짧아도 됩니다. 대신 다시 풀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오답을 네 가지로 표시하게 합니다. 개념 부족, 발상 실패, 계산 실수, 시간 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답은 맞혔지만 25분이 걸렸다면 그 문제는 맞힌 문제가 아니라 시간 부족 문제로 분류합니다. 실전에서는 25분짜리 한 문제가 전체 흐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개념 부족: 관련 개념을 다시 읽고 유사 문제 2개를 추가로 풉니다.
- 발상 실패: 첫 접근법을 한 문장으로 기록합니다.
- 계산 실수: 실수한 줄을 표시하고 검산 방식을 정합니다.
- 시간 부족: 1주 뒤 제한 시간을 두고 다시 풉니다.
특히 발상 실패 문제는 해설 전체를 외우려고 하면 오래가지 않습니다. “작은 수로 실험한다”, “대칭을 이용한다”, “나머지로 분류한다”처럼 시작 단서를 남겨야 다음 문제에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실전 한 달 전에는 공부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새 교재를 늘리는 것보다 이미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쪽이 낫습니다. 실전 한 달 전에는 주 1회 정도 시간을 재고 모의 형태로 풀어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목적은 고득점 확인이 아니라 운영 점검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10분 동안 손도 못 댄 문제가 나오면 바로 넘길 수 있는지, 쉬운 문제에서 계산 검산을 어디에 넣을지, 남은 시간이 15분일 때 어떤 문제를 다시 볼지 정해야 합니다. 시험장에서 이런 판단을 처음 하면 흔들립니다.
부모님이 함께 관리한다면 점수만 묻지 않는 게 좋습니다. “몇 점이야?”보다 “오늘 틀린 문제 중 다시 풀면 맞힐 수 있는 게 몇 개야?”가 훨씬 좋은 질문입니다. 학생도 점수 평가를 받는 느낌보다 다음 행동을 찾는 쪽으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KJMO 준비는 단기간에 번쩍 오르는 공부가 아닙니다. 하지만 매주 같은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만나고, 틀린 이유를 분류하고, 다시 푸는 구조를 만들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버틸 만한 리듬을 찾습니다. 저는 경시 준비의 성패가 대단한 비법보다 이 반복을 얼마나 덜 무너지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