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육감 후보 고르는 방법, 학부모와 수험생이 보는 기준

얼마 전 고3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다가 서울 교육감 후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이 내신, 모의고사, 수행평가 이야기는 30분 넘게 하셨는데 교육감 선거는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말로 끝났습니다. 사실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명이 투표용지에 크게 보이지 않고, 후보가 많을 때는 이름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교육감은 생각보다 수험생활 가까이에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운영, 기초학력 진단, 학교폭력 대응, 교권 보호, 방과후·돌봄, 특목고·자사고 관련 분위기, 진학 지원 체계까지 교육청의 방향이 학교 현장에 내려옵니다. 자격증 공부로 치면 시험 주관기관의 출제 방향을 보는 일과 비슷합니다. 당장 내일 점수가 오르는 일은 아니지만, 공부 환경을 꽤 오래 바꿉니다.
서울 교육감 후보는 이름보다 정책 축부터 봐야 합니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정근식, 한만중, 홍제남, 이학인, 김영배, 류수노, 윤호상, 조전혁 후보 등 8명이 출마했습니다. 2024년 보궐선거 때보다 후보가 늘면서 유권자 입장에서는 비교 피로가 컸습니다. 이럴 때 후보별 공약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하면 금방 지칩니다.
제가 수험생에게도 늘 말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자료를 많이 보는 것보다 먼저 기준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서울 교육감 후보를 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보 이름을 외우기 전에 네 가지 축을 잡으면 훨씬 덜 흔들립니다.
- 학력 진단을 확대할 것인가, 개별 지원을 강화할 것인가
- 학생 인권과 교권을 어떤 균형으로 볼 것인가
- 돌봄·유보통합·특수교육 같은 생활형 교육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말하는가
- 고입·대입 변화에 맞춘 진학 지원 체계가 현실적인가
특히 학부모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학력입니다. 어떤 후보는 평가를 강화해 학력 저하를 막겠다고 말하고, 어떤 후보는 일률 평가보다 진단 뒤 맞춤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둘 중 하나가 무조건 맞다기보다, 내 아이의 상황에 어떤 접근이 더 필요한지 봐야 합니다. 상위권 학생에게는 심화·진학 지원이 중요하고,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기초학력 보정 시스템이 더 절실할 수 있습니다.
후보 공약을 읽을 때 숫자와 실행 주체를 확인하면 됩니다
선거 공약은 좋은 말이 많습니다. “맞춤형 교육”, “공교육 정상화”, “미래교육 강화” 같은 표현은 거의 모든 후보가 씁니다. 그래서 문장만 읽으면 차이가 잘 안 보입니다. 이럴 때는 숫자, 대상, 담당 조직을 찾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초학력 공약을 본다면 “학습 부진 학생을 돕겠다”에서 멈추지 말고, 몇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지, 진단은 언제 하는지, 상담·보충수업·전문기관 연계가 있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공부 계획도 “영어 열심히 하기”보다 “평일 40분 단어, 주 2회 독해 오답”이 훨씬 실행 가능하죠. 교육 공약도 똑같습니다.
교권 보호 공약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를 보호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민원 대응 창구를 학교 밖으로 분리하는지, 법률 지원을 어떻게 붙이는지,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한 절차를 어디까지 마련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학생 인권 공약은 상담, 회복적 생활교육,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장치가 함께 있는지 봐야 균형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학부모라면 이 3가지를 먼저 메모하세요
- 우리 아이 학교급: 유치원·초등·중등·고등 중 어디에 직접 영향이 큰가
- 우리 집 관심사: 돌봄, 진학, 특수교육, 학폭, 기초학력 중 무엇이 급한가
- 후보 공약의 실행성: 예산·인력·기관명이 함께 제시되는가
솔직히 모든 공약을 다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집에 직접 닿는 의제 2개만 골라도 판단이 훨씬 선명해집니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진학지도, 학교별 선택과목, 고교학점제 지원을 보게 되고, 초등 저학년 자녀가 있다면 늘봄학교와 기초문해력, 돌봄 안전이 먼저 들어옵니다.
서울 교육감 후보 비교에서 흔한 실패 패턴
첫 번째 실패는 진영 구도만 보고 끝내는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진보 단일화 이야기가 자주 나오지만, 실제 학교 생활은 더 세밀합니다. 같은 진영으로 묶여도 평가 정책, 돌봄 예산, 학생 생활지도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름보다 공약 문장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 실패는 토론 장면의 말싸움만 기억하는 것입니다. 토론은 후보의 순발력과 태도를 보는 데 유용하지만, 말 잘하는 후보가 반드시 학교 행정을 잘 굴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육청은 큰 조직입니다. 서울은 학생 수, 학교 수, 예산 규모가 크기 때문에 후보의 교육 철학만큼 행정 경험과 협업 방식도 중요합니다.
세 번째 실패는 내 아이 학년만 보고 너무 좁게 판단하는 것입니다. 중학생 학부모가 고입만 보고 투표하면 초등 기초학력 정책을 놓칠 수 있고, 고등학생 학부모가 대입만 보면 학교폭력·상담·교권 문제가 뒷전으로 밀립니다. 교육 정책은 몇 년 뒤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험 공부에서도 3개월 계획과 1년 계획을 같이 봐야 하듯, 교육감 후보도 당장 필요한 정책과 구조를 바꾸는 정책을 나눠 보는 편이 낫습니다.
공식 정보는 후보자 공보와 선관위 자료로 확인하세요
후보 정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 안내, 후보자 공보, 방송 토론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문에는 외부 주소를 적지 않지만, 검색할 때는 기관 이름으로 찾으면 됩니다. 기사만 보는 것보다 후보자 공보를 같이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후보자 공보에서 교육철학 문단은 빠르게 읽고, 공약 부분에서 표시를 합니다. “평가”, “기초학력”, “교권”, “돌봄”, “진학”, “예산”이라는 단어에 밑줄을 긋는 식입니다. 그런 다음 후보별로 마음에 드는 공약 1개와 걱정되는 공약 1개를 적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선거가 훨씬 덜 막연해집니다.
서울 교육감 후보를 고르는 일은 대단한 정치 지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공부하는 환경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바꾸려 하는지 보는 일에 가깝습니다. 수험생에게 필요한 공부법이 ‘매일 굴러가는 시스템’이듯, 교육 정책도 구호보다 작동 방식이 중요합니다. 저는 후보를 볼 때 가장 먼저 그 사람이 학교 현장의 피로를 줄이면서도 학생의 학습 기회를 넓힐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 기준 하나만 붙잡아도 이름 많은 선거가 조금은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