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만 듣고 끝나지 않게 공부하는 방법

강의가 밀리는 학생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장면
얼마 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상담했는데, 인강 수강률은 82%인데 문제집은 1회독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강의를 많이 들었으니 공부를 꽤 한 것 같은데, 막상 기출문제를 보면 손이 멈춥니다.
사실 강의는 공부의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특히 처음 배우는 과목이나 용어가 낯선 시험에서는 강의가 큰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강의를 듣는 행위가 곧 실력으로 바뀐다고 착각할 때 생깁니다. 화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과 혼자 떠올려서 풀어내는 시간은 전혀 다릅니다.
제가 10년 동안 수험생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본 실패 패턴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강의를 완강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둘째, 필기를 예쁘게 하느라 실제 복습 시간이 사라지는 것. 셋째,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다시 듣기만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겹치면 공부 시간은 긴데 점수는 잘 오르지 않습니다.
강의는 전체 공부 시간의 30~40% 안에 두는 게 좋습니다
초보자는 강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시험 준비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강의는 30~40% 정도로 관리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3시간 공부한다면 강의는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 나머지는 복습과 문제풀이에 써야 합니다.
물론 과목 난이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 과목처럼 용어와 체계가 중요한 시험은 초반 강의 비중이 높아도 괜찮습니다. 반대로 컴퓨터활용능력, 한국사, 일부 기능사 시험처럼 기출 패턴이 뚜렷한 시험은 강의만 오래 듣는 것보다 문제를 빨리 만나야 합니다.
- 입문 단계: 강의 60%, 복습 30%, 문제 10%
- 기본 개념 1회독 후: 강의 30%, 복습 30%, 문제 40%
- 시험 3~4주 전: 강의 10~20%, 오답 40%, 기출 40~50%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비율 자체보다 전환 시점입니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문제를 푸는 방식은 늦습니다. 한 단원 강의를 들었다면 그날 바로 기본 문제 5~10개라도 풀어야 합니다. 틀려도 괜찮습니다. 틀린 지점이 바로 다음 복습할 자리입니다.
좋은 강의를 고르는 기준은 유명세보다 내 상황입니다
수험생들이 교재나 강의를 고를 때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이 “누가 제일 유명해요?”입니다. 유명한 강사가 좋은 강사일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내 현재 수준과 시험일까지 남은 시간에 맞지 않으면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초가 거의 없는 수험생이 압축 강의를 들으면 설명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이미 1회독을 한 사람이 입문 강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시간 대비 효율이 낮습니다. 강의 선택은 강사 이름보다 강의 길이, 교재 구성, 기출 반영도, 복습 자료 제공 여부를 먼저 봐야 합니다.
강의 선택 전에 확인할 것
- 총 강의 수가 내 시험일까지 소화 가능한 분량인지
- 한 강의가 40~60분 내외로 끊어져 있는지
- 최근 기출 경향을 수업 안에서 다루는지
- 교재에 빈칸, 확인문제, 단원별 기출이 있는지
- 초보자용인지, 압축용인지, 문제풀이용인지 명확한지
솔직히 강의 수가 100강이 넘는데 시험까지 6주밖에 없다면 계획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하루 3강씩 들어도 한 달 넘게 걸리고, 복습과 문제풀이 시간이 거의 남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전 범위 기본강의보다 빈출 단원 중심 강의나 기출 강의가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강의를 들은 날 바로 해야 하는 3단계
강의를 실력으로 바꾸려면 듣고 난 뒤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저는 수험생들에게 강의 1개를 들을 때마다 최소 20~30분의 후처리 시간을 붙이라고 말합니다. 이 시간이 없으면 강의 내용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집니다.
1단계: 5분 안에 제목만 보고 떠올리기
강의가 끝나면 노트를 덮고 단원 제목만 봅니다. 그리고 방금 들은 내용을 3~5개 키워드로 떠올립니다. 말로 해도 되고 종이에 써도 됩니다. 이때 막히는 부분이 진짜 약한 부분입니다. 다시 듣기 전에 먼저 떠올리려고 애써야 기억이 남습니다.
2단계: 기본 문제를 바로 풀기
개념 강의를 들은 뒤에는 쉬운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처음부터 고난도 문제를 풀 필요는 없습니다. 단원별 기본 문제 5개, 기출 변형 5개 정도면 충분합니다. 여기서 맞힌 문제보다 틀린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틀린 이유를 ‘개념 몰라서’, ‘지문을 잘못 읽어서’, ‘선지 비교 실패’처럼 나눠두면 다음 공부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3단계: 다음 날 10분 재확인
복습은 오래 하는 것보다 자주 꺼내는 게 효과적입니다. 전날 들은 강의의 필기나 교재 표시 부분을 다음 날 10분만 다시 봐도 유지율이 달라집니다. 특히 암기 과목은 1일 후, 3일 후, 7일 후에 짧게 반복하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완강보다 중요한 건 시험장에서 꺼내 쓰는 힘입니다
완강은 기분이 좋습니다. 체크 표시가 쌓이면 뭔가 해냈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시험장은 강의실이 아닙니다. 시험장에서는 강사의 설명을 다시 들을 수 없고, 교재의 밑줄도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내가 기억에서 꺼내고, 지문을 읽고, 답을 골라야 합니다.
그래서 강의를 듣는 동안에도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이 내용이 문제로 나오면 어떤 식으로 바뀔까. 헷갈리는 선지는 무엇일까. 내가 혼자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붙으면 강의는 수동적인 시청이 아니라 능동적인 훈련이 됩니다.
강의는 좋은 도구입니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길을 짧게 만들어줍니다. 다만 도구는 쓰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강의를 많이 듣는 사람보다, 들은 내용을 작게라도 매일 꺼내 쓰는 사람이 시험장에 더 가까이 갑니다. 공부가 자꾸 밀린다면 강의를 줄이라는 뜻이 아니라, 강의 뒤에 남는 시간을 먼저 확보하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