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만 듣고 끝나지 않게 공부하는 방법

얼마 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상담했는데, 인강 진도율은 92%인데 기출 점수는 50점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본인은 꽤 열심히 했다고 느끼고 있었고, 실제로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시간과 시험에서 점수로 바뀌는 시간은 다릅니다.
강의는 공부를 시작하게 만드는 좋은 도구입니다. 혼자 책을 보면 막히는 부분을 풀어주고, 중요한 단원과 덜 중요한 단원을 구분하게 해줍니다. 문제는 강의를 ‘공부의 전부’로 생각할 때 생깁니다. 특히 자격증이나 입시처럼 범위가 넓고 반복이 필요한 시험에서는 강의보다 강의 이후의 시간이 점수를 만듭니다.
강의는 이해용, 점수는 회수용입니다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강의를 들으면 내용을 안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선생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필기도 쌓입니다. 근데 막상 빈 종이에 써보라고 하면 절반도 못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코칭할 때는 강의 시간을 두 종류로 나눕니다. 첫째는 이해 시간, 둘째는 회수 시간입니다. 이해 시간은 말 그대로 내용을 받아들이는 시간입니다. 회수 시간은 내 머릿속에서 다시 꺼내는 시간입니다. 시험은 두 번째 능력을 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3시간 공부할 수 있다면 강의만 3시간 듣는 방식은 효율이 낮습니다. 차라리 강의 90분, 복습 45분, 문제 풀이 45분으로 나누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처음에는 진도가 느려 보이지만 3주 뒤에는 차이가 납니다. 강의만 들은 사람은 다시 처음부터 들어야 하고, 회수 훈련을 한 사람은 틀린 부분만 보완하면 됩니다.
강의 선택은 유명한 강사보다 내 상황이 먼저입니다
교재나 강의를 고를 때 수험생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제일 유명한 강의 들으면 되지 않나요?” 물론 유명한 강의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설명이 깔끔하고 자료도 풍부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내 시간, 현재 실력, 시험일까지 남은 기간과 맞지 않으면 좋은 강의도 부담이 됩니다.
초보자는 압축 강의보다 기본 강의가 낫습니다. 용어 자체가 낯선 상태에서 1.5배속 압축 강의를 들으면 이해한 척 지나가기 쉽습니다. 반대로 재도전 수험생은 80강짜리 기본 강의를 처음부터 다시 듣는 것보다 약점 단원 중심 강의와 기출 분석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 시험까지 3개월 이상 남았다면 기본 강의와 기출 병행이 좋습니다.
- 시험까지 6주 이하라면 전 범위 완강보다 빈출 단원 회전이 우선입니다.
- 이미 1회독을 했다면 강의 재수강보다 오답 원인 분류가 먼저입니다.
- 평균 점수가 합격선보다 10점 이상 낮다면 요약 강의만으로는 부족할 가능성이 큽니다.
강의는 많이 담긴 상품보다 지금 내 병목을 풀어주는 도구여야 합니다. 설명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따라갈 시간이 없다면 결국 밀립니다. 수험 생활에서 밀린 강의 목록만큼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도 드뭅니다.
듣는 법을 바꾸면 같은 강의도 달라집니다
강의를 들을 때 가장 피해야 할 습관은 모든 문장을 받아 적는 것입니다. 필기가 많으면 뿌듯하지만, 복습할 때 읽기 힘든 노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의 중에는 세 가지에만 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시험에 자주 나오는 것, 내가 헷갈린 것, 문제로 바뀔 수 있는 것.
저는 수험생에게 강의 1개를 들은 뒤 바로 5분 테스트를 시킵니다. 거창한 시험이 아닙니다. 방금 들은 내용을 책을 덮고 세 줄로 적는 겁니다. 처음에는 거의 못 씁니다. 솔직히 그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반복하면 강의를 듣는 태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나중에 봐야지”가 아니라 “끝나고 바로 꺼내야지”로 바뀝니다.
배속도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아는 단원은 1.3배속이나 1.5배속이 괜찮습니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법령, 계산, 개념 단원은 빠른 배속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되는 것 같은데 문제를 풀면 멈추는 단원은 속도를 낮추고 예제를 손으로 따라가야 합니다.
강의 후 24시간 안에 해야 할 일
강의 효과는 다음 날 거의 판가름 납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잊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들은 당일이나 다음 날 안에 짧게라도 다시 건드려야 합니다. 복습을 거창하게 잡으면 미루게 되니 20~30분 단위로 작게 잡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첫째, 목차만 보고 설명하기
책을 덮고 목차를 봅니다. 그리고 각 소제목 아래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말로 설명합니다.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그 지점이 약점입니다. 이 방식은 시간이 짧게 걸리면서도 이해 여부가 바로 드러납니다.
둘째, 기본 문제 5~10개 풀기
강의를 들은 직후 고난도 문제부터 풀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기본 문제로 개념이 실제 문장 속에서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때 정답률보다 중요한 건 틀린 이유입니다. 몰라서 틀렸는지, 용어를 반대로 봤는지, 조건을 놓쳤는지 적어두면 다음 복습이 쉬워집니다.
셋째, 다음 강의 전에 3분 복기하기
많은 수험생이 이전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다음 강의를 켭니다. 그러면 진도는 나가지만 연결이 약해집니다. 다음 강의를 듣기 전 3분만 투자해서 지난 강의의 키워드 3개를 떠올리면 흐름이 훨씬 좋아집니다.
완강보다 중요한 건 시험일까지 굴러가는 루틴입니다
완강은 성취감이 큽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이 완강 날짜를 목표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험장에서는 “강의를 다 들었는가”가 아니라 “문제를 맞힐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완강 후에 기출을 처음 펴면 생각보다 많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강의와 문제는 처음부터 같이 가야 합니다.
추천하는 흐름은 단순합니다. 강의 1개를 듣고, 바로 해당 범위 기본 문제를 풀고, 주말에는 그 주에 들은 범위의 기출을 섞어 봅니다. 평일에 5일 공부한다면 4일은 진도, 1일은 복습으로 잡는 방식도 괜찮습니다. 공부 시간이 적은 직장인이라면 평일에는 강의와 짧은 복습, 주말에는 문제 풀이를 몰아서 배치하는 편이 지속하기 쉽습니다.
강의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강의를 많이 듣는 사람이 아닙니다. 필요한 설명을 듣고, 바로 자기 손으로 확인하고, 틀린 부분을 다시 좁히는 사람입니다. 공부는 멋진 계획보다 덜 흔들리는 반복에서 점수가 오릅니다. 지금 듣고 있는 강의가 있다면 다음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방금 배운 내용을 세 줄만 꺼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히 달라집니다.
